소가 누운 상태에서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사고는 한우 농가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간 출하 직전 개체의 경우, 바닥 상태나 높이 차이가 조금만 생겨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경험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축사 관리에서 자주 놓치기 쉬운 위험 요소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오늘도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새벽에 벌어진 긴급 상황, 소가 일어나지 못했다
소가 누운 상태로 넘어가더니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CCTV를 돌려보니 새벽 2시경
소가 살짝 드러눕는 다는것이 완전히 넘어가 버렸고,
일어나려고 수차례 발버둥 쳤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CCTV로 확인한 사고 순간
이 상태를 반복하며 새벽 05시 55분이 되어서야
소 밥을 주려고 축사에 도착한 부모님께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저는 잠결에 옷을 재빠르게 갈아입고 축사로 달려갔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봤지만

우선 소를 일으키기 위해 로프로 목을 감싸고 셋이서 잡아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온힘을 다해서 계속 잡아 당겼으나 일으켜 지지 않았습니다.
방향을 여러차례 바꾸면서 잡아 당기기를 재차 시도했지만, 결국 힘이 다 빠져 힘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소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신음소리를 계속 내었습니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 졌습니다.

일분 일초가 급했던 순간, 결국 기계의 힘을 빌리다
저는 최대한 빠른 판단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분 일초가 급했습니다.
결국 기계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래축사로 달려가 스키로더를 재빠르게 끌고 왔습니다.

로프를 스키로더에 걸고 잡아 당겼고 그제서야 소가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간신히 일어났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새벽 내내 사경을 헤맸던 소는 눈이 퉁퉁 붓고 쌍코피가 났습니다.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눈은 감고있는것이 아니라 너무 부어서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바닥에 앉기가 무서운지 계속 서있기만 하고 밥도 먹지를 않았습니다.

너무 힘들었는지 하루종일 멍하니 서있기만 합니다.

소가 뒤짚어진 상태로 못일어난 원인이 있었다.
소가 일어나지 못했던 진짜 원인
소가 일어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축사에 분뇨를 치웠을때, 앞칸만 치워준게 원인이 되었습니다.
앞칸만 분뇨를 치우는 바람에 앞칸에는 바닥 높이가 낮아졌고, 뒤에는 치우지 않아 바닥 높이가 높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분뇨를 치우지 않은 곳과 치운곳 사이에 높이 차이가 생겼고,
높이가 높은쪽에서 낮은쪽 방향으로 드러누운 소는 높이차로 인해 아무리 일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일어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유압 호스 고장이었다
그 날 원래는 앞칸을 다 치우고 뒷칸을 치워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칸에 톱밥을 넣어주고 집게를 분리 하는 과정에서 유압 호스가 고장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 되었고, 뒷 칸은 치우지 못한채로 시간이 흐르게 된것입니다.
아래는 그 날 유압호스 고장으로 포스팅 했던 블로그 링크입니다.
스키로더 유압 커플러 파손… 잠깐의 실수로 수리비 21만 원 나왔습니다 – 도일노트 – 초보 한우농가 가이드: 필수 지식 모음
결국 유압호스 고장이 나비효과가 되어서, 출하 직전의 소를 또 폐사에 이르게 할 뻔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
오늘 이번 사고로 인해 교훈을 얻었습니다.
축사 내 축분을 치울때는 앞칸과 뒷칸을 모두 치우는것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출하 직전의 소는 살이 많이 쪄서, 잘못 드러누울 경우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어 더욱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합니다.
또 “나중에 마저 치우지 뭐”라는 작은 판단이 얼마나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축사는 늘 같은 모습일 것 같지만, 하루 사이에도 위험 요소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비슷한 환경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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